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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새들의 떼죽움 목격담

성공기록자 2011. 1. 11. 14:18

 

새들의 떼죽음 목격담       최추봉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한파가 몰아쳐서 여러 나라 여러 지방에서 정전사태, 수도동파, 농작물피해와 교통대란 등 한파피해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희한한 자연이변 사건이라고 떠들고 있는 기사를 보게 된다.

 

지난 연말, 1231일에는 미국 아칸소주의 비브라는 마을에는 찌르레기’(Red-winged-black bird) 라는 새들이 5,000여 마리나 떼 죽음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산이나 정원 나무 밑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도로와 주택 지붕 위에 소나기 쏟아지듯 떨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느 동네 여인은 죽은 찌르레기새가 머리에 떨어져서 혼 겁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게다가 새해 들어서는 루지애나주 어느 곳 에서도 그 찌르레기새가 500여 마리가 떼죽음 한사진을 곁들인 신문보도를 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것을 두고 그 원인을 알 수 없어서 미스테리사건이라고 하며 불길한 징조라고 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미국 조류보호단체나 호사가들은 이와 같은 새들의 떼죽음을 놓고 고공을 떼지어 날고 있다가 돌풍을 맞았을 꺼라느니 불꽃놀이의 축포에 놀라서 떨어졌을 것이라느니” ‘건축물에 충돌’ ‘살충제 중’ ‘질병원인등등 갖가지 해석들이 난무하고 있는 한편 관계기관에서는 죽은 새들을 수거하여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해부학적 규명)을 실시한다고 한다.

 

찌르레기라는 새는 우리나라에 봄에 동남아지역에서 날아오는 철새와 비슷한과목이지만 미국의 찌르레기새는 사진으로 보니 요즘 젊은 여인들이 머리의 일부분에 빨강, 보라색을 끼워서 염색한 것처럼 까만 색에다가 등에는 붉은 깃털이 예쁘게 달려있어서 매우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나라 철새와는 좀 다르다고 하여서인지 우리 말로 <붉은어깨찌르레기사촌>이라고 긴 이름을 부쳤나 보다.

 

나는 일찍이 군대에서 군사학 공부를 위하여 1952년에 미국 Georgia 주Columbus 에 유학 왔었다. 그 지방의 6,7월의 한 낮에는 화씨 온도계로 105도에서 115도까지 수은주가 올라가는데 거리를 거닐 때의 체감온도는 끓는 열탕 앞에 선 것처럼 온몸이 달아 오르는 듯 했다. 냉방이 잘 된 백화점안에 들어가서 몸을 시켜도 잔등 에서는 땀이 주룩주룩 흘러 내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더웠던 어느 일요일 한 밤중에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서 잠을 못 자고 와들와들 떨었지만 상하(常夏)의 남부 죠지아 지방에 이런 추위가 오리라고 예상을 못 했던 기숙사 당국도 여분의 브랭키드를 준비 해 놓았을 리 없었다. 온도계를 보니 수은주는 화씨 40도아래에 머물러있었다. 섭씨로도 영하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 추위에 얼어 죽는 것이 아닌가 하고 덜덜 떨면서 밤을 새었던 것이다.

 

아침에 강당으로 나가면서 보니까 아스팔트 움푹한 곳에 고였던 물이 실 어름에 덮여 있었다. 그 때 우리들의 눈에는 놀라운 광경이 비쳐 들어 왔다. 도로 위에는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을 가지가지의 색깔의 예쁜 새들이 떼죽음을 하여 널려있었다. 그 긴 아스팔트 길 위와 나무 밑 잔디밭에는 수 백 마리의 예쁜 새들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지난 밤에 우리가 기숙사(BOQ)에서 추위에 초주검이 되어 있을 즈음에 인근 산과 뜰의 나무에 깃들었던 그 예쁜 새들이 엄청 많이 얼어 죽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의 연말 연초에 있었던 <빨간어깨찌르레기사촌>이라는 단일종류의 떼 주검도 나의 생각으로는 고공에 떼지어 군무(群舞)하던 새들이 돌발적 한파에 휩쓸려<급속 냉각>되어서 떨어져 죽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미국유학 당시의 강추위에 얼어 죽었던 예쁜 새 들의 많은 시체를 보았던 경험을 추억 해 보면서 돌연한 한파로 새떼들이 죽은 것이었지 <종말>의 징조는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출처 : 불암산장
글쓴이 : 봉우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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